날짜 : 2022.09.
지역 : 부산
이름 : 토롱이
구조사유 : 하지마비
서울에서 부산까지 당일치기로 급하게 가서 구조했던 토롱이.
대부분의 학대 사건 주동자들은 악의를 갖고 동물들을 학대한다. 하지만 토롱이의 견주는 악의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. 여기서 말할 수 없는 견주의 개인적 사정과 반려동물에 대한 부족한 지식으로 인해 견주가 의도했던 바와는 정반대로 토롱이는 오랜 시간 고통 속에서 지내야 했다. 토롱이의 견주가 악의를 갖고 있지 않았다고 확신하는 또 다른 이유는 토롱이가 구조된 이후에도 견주는 계속 연락을 해왔고 내가 퇴사하기 전까지도 연락이 이어졌기 때문이다. 당시 같이 출동했던 활동가가 주기적으로 토롱이의 근황을 공유했고 그 활동가가 퇴사한 뒤에는 내가 가끔 토롱이 사진을 보내 주기도 했으나 지금은 아무도 견주에게 공유해 주는 이가 없을 테니 아마도 견주는 토롱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겠거니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. 퇴사 전에 이 부분도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나왔으면 좋았으련만 나도 사람인지라 미처 이 부분까지는 챙기지 못했다.
토롱이는 나이도 많고 하지마비 외에도 각종 질병들도 줄줄이 달고 있었지만 생에 대한 의지는 무척 강했다. 센터에서 지내는 동안 위험한 적도 많았는데 고맙게도 모두 다 잘 넘겨주었고 지금은 어떻게 지내려나 매우 궁금하지만 퇴사한 곳을 다시 기웃거리기는 죽기보다 싫으니 그저 토롱이의 남은 생이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다.